하지를 지나며 수목원 곳곳을 돌아보았습니다. 수목원에 심겨 있는 식물은 약 330종입니다. 중복되는 종을 제외하더라도 200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들이 계절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답게 꽃들은 저마다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나무수국과 리아트리스, 접시꽃(꽃사슴화단 3), 붉은 접시꽃, 자주색 섬초롱꽃은 꽃봉오리를 올리며 개화를 기다리고 있었고, 취나물도 어느새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모감주나무였습니다. 모감주나무는 장마가 시작될 무렵 노란 꽃을 피우는데, 흐리고 우중충한 여름 하늘 아래에서 환한 빛을 더해 주는 나무입니다. 모감주 꽃을 바라보던 서 선생님이 말했어요. “우리 수목원이 아이들을 위한 정원이라는 것을 모감주를 보며 다시 느껴요. 큰 나무에 노랗게 피어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가까이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에요.” 수목원은 단순히 많은 식물을 모아 놓은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꽃과 나무를 가까이 만나고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모감주나무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황금빛 꽃비처럼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 때문에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과거시험인 식년시가 여름에 열렸기 때문에 모감주 꽃을 합격의 상징인 어사화로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시험이 주로 봄에 열려 풍년화나 개나리, 무궁화 등으로 만든 조화를 어사화로 사용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 수목원에 오시면 노란 꽃비를 내리는 모감주나무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꽃 한 송이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