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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평)“행복키움놀이문화 조성 공모사업”은 놀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정책입니다.
  글 쓴 이 :   김수동 회원정보 및 메시지 보내기  게 시 일:    2018년 03월 29일 조회 : 70 건 추천 : 0 건

“행복키움놀이문화 조성 공모사업”은

놀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정책이다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2018년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 지원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10개 학교를 공모로 선정하고 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놀이문화조성 모델학교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마을, 지역에서 공동체 놀이문화를 연구하고 실천해 왔던 마을배움길연구소에서는 지난 1월초에 이 계획을 듣고 교육청을 방문하여 일부 특정학교에만 예산을 지원하는 쏟아 붓는 것과 방학중에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현장과 소통하여 보편적 놀이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감까지 결재를 받은 사안이고 예산도 이미 서 있는 것이라며 공모사업을 강행하였다. 이에 본 연구소에서는 교육청의 추진계획을 살펴보고 공모학교로 선정된 10개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교별 진행상황을 확인했더니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학교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다.

선정된 10개 학교에 구체적인 계획을 물으니 대다수 학교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공모에 선정되었다면 자체 계획이 세워져 있을 텐데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도교육청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학교에서 들어온 계획이 부실해서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이 부실하다는 것은 학교가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이므로 그런 학교는 선정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하다. 실제 우리가 확인해 보니 10개 학교 중 6개 학교의 업무담당자가 선정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은 올 3월 1일자 전입교사였다. 결국 공모추진과정과 사업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담당을 하게 된 것이며 이는 교육청의 선정 과정과 심사가 얼마나 졸속이고 부실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졸속행정은 도교육청의 공모추진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학교에서 놀이문화를 만들려면 교육주체 모두가 놀이를 즐기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 부모, 아이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공모학교 사업계획 시행 공문을 1월 19일에 발송하고 신청서를 1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 기간은 겨울방학중이라 교사들이 나오지 않는 때였는데 공모 준비 기간도 단 10여 일 밖에 주지 않았기에 학교에서 교육주체들이 논의하고 협의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당초부터 부실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공모학교의 계획이 부실하다고 학교 탓을 하는 도교육청의 태도는 무책임 그 자체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청의 졸속행정이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공모학교로 선정되는 것은 교사들에게 또 다른 업무만 늘어나게 한다. 놀이는 즐거워야 하는데 일로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는 놀이문화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놀이를 싫어하게 만들어 결국 놀이를 죽이는 정책이 될 것이다.

 

둘째, 학교와 교사를 대상화하는 교육청의 일방적인 사업태도이다.

도 교육청은 학교 놀이문화 정책 수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해서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기획단계에 꾸려지지 않는 TF팀은 이후에 꾸려지더라도 결국 교육청 사업의 들러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도내 학교 현장에서 놀이를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간담회나 워크삽 등의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도 거절하였다.

이러한 도교육청의 일방적인 태도는 이번 공모사업 시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교육청은 3월말에 타 지역의 놀이시설을 돌아보는 것으로 선진지 견학을 잡아놓고 공모에 선정된 학교에서 그곳을 다녀와서 계획을 세우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10개 학교 중 7개 학교가 읍·면에 있는 시골학교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을 고려해야 함에도 선진지 견학지로 선정된 곳은 전주와 광주에 있는 도시학교다. 이는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교육청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태도인 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도교육청의 태도는 주권자인 도민을 대할때도 그대로 나타났다. 우리 연구소는 정책모니터링 및 연구목적으로 선정된 학교의 사업계획서에 대하여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도교육청은 학교의 의사결정과정 중에 사안이라며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도교육청 말대로 아직 의사결정과정에 있다면 공모선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고 이미 공모가 끝난 사업이라면 비밀사업이 아니다. 이미 계획서를 내고 심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으로 누구나 참여하고 입장을 낼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것이어야 한다. 도교육청의 비공개 결정은 도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다.

 

셋째, 놀이철학의 부재이다.

도교육청 놀이 정책 담당 장학사는 놀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놀 시간 확보라고 했다. 행복키움 놀이문화조성 공모사업계획 목표로 놀시간, 놀공간, 놀이교구 등의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어디에도 놀이주체인 사람과 놀이하며 맺어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놀이는 사람과 사람이 노는 것이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과 노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놀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30대 후반 세대들은 예전 골목과 마을에서 놀았던 경험과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너명만 모이면 웬만한 놀이는 다 복원할 수 있다. 이처럼 놀이를 살리는 길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놀이 경험과 감각을 살리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집단지성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충북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실천하는 교사와 학교가 많다. 그런 학교들은 전국에 모델이 되어 다른 지역 교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지역에서 자원을 찾기보다 다른 지역에서 모델을 찾고 그것을 이식하려고만 하고 있다. 4월 2일 개최하는 행복키움놀이문화 교사 연찬회에도 지역에서 놀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사례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없고 타 지역 외부 전문가를 불러 강의를 듣는 시간으로 일정을 잡았다. 이는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놀이를 살리려 실천을 해 온 지역 교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이번 공모사업과 관련해서 돈이 적게 들면서도 모두가 참여해서 놀이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보편적 방법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10개 학교에 들어가는 3억원으로 충북 도내 초등학교의 4,199개 모든 교실에 놀잇감 바구니를 설치할 수 있다며 교사와 아이들이 언제든지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교육청은 거부하였다. 이처럼 적은 예산으로 전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부 학교에 예산을 쏟아 붓는 전시성 사업은 결국 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충청북도 교육청이 교사들과 학교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놀이 정책은 놀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죽이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졸속으로 진행하는 ‘행복키움놀이조성 공모사업’을 중단하고 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놀이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2018년 3월 28일

 

마을배움길연구소

 

 
첨부화일#1 논평 - 행복키움놀이문화조성사업(20180328.hwp [16.50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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