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모습
새잎으로 보이는 크림색잎
꽃과 열매가 함께 있는 호장근
붉은 줄기에 검은 얼룩이 보이는 모습 오늘의 식물
오늘의 식물은 **호장근(학명: Reynoutria japonica)**입니다. 호장근은 석죽목(Caryophyllales) 마디풀과(Polygonaceae) 호장근속(Reynoutria)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자라는 식물로,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여러 해를 살아갑니다. 오늘 수목원의 호장근 앞에 서니 꽃보다 먼저 여러 가지 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진한 초록 잎 사이로 크림색에 가까울 만큼 밝은 잎들이 섞여 있고, 붉은빛이 도는 줄기에는 군데군데 거뭇한 얼룩이 보입니다. 줄기 끝에는 아주 작은 흰색과 연분홍빛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작은 꽃을 들여다보다가 또 하나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흰색과 연분홍빛 꽃이 한창 피어 있는데, 바로 곁에는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고 있습니다. 꽃과 열매가 한 포기에서 나란히 있는 모습이라니! 꽃이 피고 지고 열매로 이어지는 시간이 호장근 한 포기 안에 함께 담겨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주에도 밝은 잎들이 눈에 띄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보입니다. 새로 나는 잎이 밝은 색을 띠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줄기를 바라보다 이름이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호장근.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관련 이야기 호랑이 지팡이라는 이름 오늘 호장근을 보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호장근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자로 虎杖根이라고 씁니다. 호랑이 호(虎), 지팡이 장(杖), 뿌리 근(根). 그대로 읽으면 ‘호랑이 지팡이의 뿌리’입니다. 호랑이와 지팡이라니! 이 식물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조금 더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옛 기록을 만났습니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는 호장이라는 이름에 대해 **“장(杖)은 그 줄기를 말하고, 호(虎)는 그 얼룩을 말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대목을 읽고 오늘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아! 정말 보입니다. 붉은빛이 도는 줄기 위로 군데군데 거뭇거뭇한 얼룩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줄기를 보며 지팡이를 떠올리고, 그 위에 난 얼룩을 보며 호랑이 가죽의 무늬를 떠올렸나 봅니다. 호랑이 지팡이, 호장(虎杖). 뜻을 알고 나니 조금 낯설었던 이름이 갑자기 식물의 모습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옛사람들도 이 식물을 참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는 것입니다. 옛 기록을 더 찾아보니 줄기에 붉은 반점이 있다는 것뿐 아니라 잎의 생김새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때, 심지어 뿌리의 겉은 검고 속은 누렇다는 것까지 기록해 두었습니다. 오늘 내가 작은 꽃과 열매를 들여다보고, 밝은 잎이 왜 그런지 궁금해하고, 붉은 줄기의 얼룩을 찾아본 것처럼 아주 오래전 누군가도 호장근 앞에 서서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보았던 얼룩을 오늘 나도 발견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반갑습니다. 그리고 호장근을 조금 더 알아가니 또 다른 모습도 보였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식물을 눈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린 줄기는 먹기도 하고, 땅속의 뿌리는 캐어 말려 약재로 이용했습니다. 식물을 ‘호장(虎杖)’이라 하고 약재로 쓰는 뿌리를 ‘호장근(虎杖根)’이라고 불렀던 까닭도 여기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꽃을 보려고 호장근 앞에 섰다가 이름 하나를 따라 한참 먼 길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다음에 호장근을 만나면 작은 꽃보다 먼저 붉은 줄기를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호장근을 만나면 한번 찾아보세요. 정말 줄기에 ‘호랑이 무늬’가 숨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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