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물은 붉나무(sumac)입니다. 붉나무는 무환자나무목 옻나무과 붉나무속에 속합니다. 붉나무는 가을 잎이 붉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을 잎이 붉기로는 일등 아니면 서러울 단풍나무도 복자기나무도 있는데, 붉나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붉게 물드는 나무입니다. 잎줄기에 양 날개를 달고 있어서 비탈진 길가를 오르내리다 보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새며 들짐승들이 이 열매를 좋아해서 번식을 도우니, 붉나무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붉나무의 열매껍질에는 짠맛이 나는 흰 가루가 생기는데, 소금이 귀한 시절에는 소금 대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해서, 옛날 산에 사는 사람들은 소금나무라고 불렀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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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붉나무에는 오배자라는 또 다른 열매가 자랍니다. 오배자는 사람들의 피부병에 특효가 있어서 약용으로 쓴다고도 하는데, 물론 이 오배자는 붉나무의 진짜 열매는 아닙니다. 오배자는 붉나무에 이부자진딧물이라는 오배자면충이 기생하여 만든 벌레혹입니다. 이부자진딧물은 붉나무 잎자루에 기생하면서 잎의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즙액을 빨린 잎 주변은 풍선처럼 부풀러 올라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에 오배자면충이 집을 지어 생겨난 것이 오배자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붉나무와 이부자진딧물의 작용과 반작용, 화학적 교감의 결과물입니다. 붉나무와 이부자진딧물이 공생한 결과, 우리 사람들은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로운 물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배자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붉나무와 오배자면충의 공생이 처음부터 평화적이었을까요? 수백 년 전 혹은 수천 년 전, 처음 이부자진딧물이 “나도 좀 같이 살게 해줘”라며 잎줄기의 속살을 비집고 들어왔을 때, 붉나무는 본능적으로 화학물질을 뿜어 밀어냈을 것입니다. 이부자진딧물은 대부분 전멸했겠지만, 살아난 일부는 잎의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긴 유전자를 다음 대에, 그다음 대에 물려주었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힘의 균형을 잡고 붉나무는 자리를 내주고, 오배자면충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