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과 잎 – 상사화가 피었어요. 여름이 끝나갈 무렵, 토종식물원에 연분홍빛 꽃이 피어났어요. 봄에 잎이나고 시들고 한참만에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습니다.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꽃과 잎.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에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相思花)라는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올 봄 금강화원의 강순철 선생님 댁에서, 김미자 샘이 영동 초강초에서 얻어 온 상사화를 많이 심어서 화려한 꽃을 기대했는데 나오지를 않아서 실망을 했어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옮겨심은 구근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꽃을 잘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튼튼하게 자리잡아 많은 꽃들이 피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야기 - 만나지 못하는 꽃, 상사화 옛날 한 여인이 절에 기도를 드리러 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젊은 스님은 여인을 마음에 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여인 역시 스님을 마음에 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했지만 끝내 만나지도, 사랑을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얼마 뒤 스님이 세상을 떠난 자리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을 상사화(相思花)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상사화에는 더 슬픈 비밀이 있습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습니다. 한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사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움’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상사화 / 이태수 따끈한 맨발로 뛰어내리는 햇살 진초록 잎들이 다 진 뒤에야 달아오른 홍자색 그리움 잎이 꽃을 그리워하듯이 꽃은 잎을 저리 그리워할까 한여름 천사의 저 애달픈 사연 상사화 활짝 핀 오후 한나절엔 멀리 떠나버린 그대 그리워 아득한 하늘 우러러본다 물같이 가고 오는 세월, 속절없이 꿈길을 걸어가는 그대는 오늘도 나를 그리워할까 - 이태수,『담박하게 정갈하게』(문학세계사, 2022) 상사화를 노래한 대표적인 노래 〈상사화〉 — 안예은 가장 널리 알려진 상사화 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7년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OST로 발표되었습니다. 안예은이 작사·작곡하고 직접 불렀습니다. 이 노래는 상사화의 ‘만나지 못하는 꽃’이라는 이미지와 이별과 그리움을 연결한 곡입니다. 안예은 〈상사화〉 음원 듣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