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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보기] 우리 민족의 달 이야기
  글 쓴 이 :   서영자 회원정보 및 메시지 보내기  게 시 일:    2009년 09월 16일 조회 : 116 건 추천 : 0 건
별자리에 관해 나온 책을 보면 모두 서양 별자리 중심이고, 이야기도 서양의 신화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우리 이야기는 끼워넣기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없기 때문일까요? 알고 보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밤하늘의 별자리와 함께 빛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으로 한번 가 보실까요?


우리 민족의 달 이야기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서영자

별자리에 관해 나온 책들을 보면 서양 별자리 중심이고 이야기 역시 서양에서 형성된 신화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우리 이야기는 직녀이야기를 곁가지로 끼워 넣기 식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자적인 이야기가 없었을까. 알고 보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밤하늘의 별자리와 함께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우리 말 속에 배어있는 문화 전통이 배어있어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그리스 로마신화가 유행하는 현상을 보면서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먼저 알고서 서양 이야기를 알아야 그 배경에 깔린 문화 논리를 알고 서양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달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우리 문화는 달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는 데 있어서나 사회 문화생활의 리듬이 모두 달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농사를 시작하는 정월달에 대보름이 있고, 마무리할 때 추석이 있고 중요한 유두나 백중같은 명절도 다 보름날에 진행된다. 정월대보름의 전 과정을 살펴봐도 정월 초사흘부터 동네 아이들이 나서서 놀이분위기를 만들고, 점차 확대되는 과정은 초사흘날 달이 떠서 점점 차오르는 모양과 꼭 닮았다. 이처럼 우리 문화가 달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태양력을 쓰면서도 ‘일력’이라고 하지 않고 ‘달력’이라고 하고 있다.

둘째,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도시나 시골, 어디에서든 항상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하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야기 되는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옛날에는 두꺼비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얘기를 하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두꺼비를 잘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두꺼비의 생김새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하기가 쉽지만, 요즘은 도시적인 조건이라 매우 어렵다. 두꺼비를 보지 못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려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정교한 언어 전략을 필요로 하고, 설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같이 보지 않았을 때는 공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달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달을 직접 보지 않고서 달 이야기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야기는 구체적인 상황적 틀에서 전승되는데 달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 문화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셋째, 달의 위상변화를 알게 될 경우, 천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깊고 풍부한 통합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달이 초사흘날 뜨는 것을 이해하면 왜 어느 민족에서나 숫자 3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또, 달 이야기 가운데 천체의 운행을 아주 깔끔하게 설명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그대로 천체 물리학을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후로 달은 거의 천체물리학의 대상으로만 되었는데, 달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의 심성을 배우고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지식을 통합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또한, 이야기라는 것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야기책을 읽어준다면 그 이야기를 인지적으로 아는 것이 되고, 공감의 내용과 소통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관찰과정에서 그야말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 교육프로그램을 정리해 보았다.  

1. 달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우리 역사

1) 우리 전통적인 고유 신앙과 달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달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 이야기 한 두 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해신과 달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해신과 달신이 지금의 기독교와 불교처럼 사람들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을 때 형성된 이야기 즉, 신화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고 새로운 종교가 유입되면서 해와 달에 대한 신앙이 약해져 이제는 아주 재미난 민담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신화적인 요소를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이 해와 달이 되었다는 것도 그렇고, 이야기 가운데 오누이가 호랑이를 피해 나무에 올라가 하늘에 비는데 이는 나무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교통로, 즉 우주 나무로 이해하고 있었던 오래 전 사람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때는 이러한 이야기가 굿판에서 신화로 전승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나무의 상징은 단군신화에 신단수와 그 의미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옛날에 산골에 오두막집 하나가 있었어. 오두막에는 어머니와 오누이, 그리고 젖먹이 막내 이렇게 넷이서 살았거든. 근데 어머니 혼자 애들을 키우니 얼마나 가난하고 힘들겠어. 어머니는 매일 산 너머 부잣집에 가서 일을 해 주고 먹을 거랑 입을 거를 장만해 와서 네 식구가 그럭저럭 살았지.
하루는 일이 너무 늦게 끝났지 뭐야. 그 집에서는 고생했다고 다른 날 보다 먹을 것도 많이 주고, 개떡까지 줘서 함지박에 한 아름 담고 집으로 갔지. 몇 고개를 넘어서 집에 가야 되는데 그만 날이 어두워졌어.
한 고개를 넘었더니 아 이게 뭐야? 집채만한 호랑이가 떠억 버티고 서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는 깜짝 놀라 떡을 얼른 꺼내줬지. 그랬더니 호랑이가 가 버려. 어머니는 더 빨리 길을 재촉해서 고개 하나를 또 넘었지. 그랬더니 이번에도 그 호랑이가 나타나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고 그래. 이번에도 할 수 없이 떡을 주고 고개를 넘었어. 또 한 고개를 넘어섰더니, 그 놈의 호랑이가 또 떡을 달라는 거야. 이렇게 계속 떡을 뺏어가더니 나중에는 어머니를 잡아먹고 말았어.
호랑이는 어머니의 치마와 저고리를 입고서 오두막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어. 아이들이 누구냐고 하니까 엄마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이상해. 그래서 딸이 엄마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오늘 일이 힘들고,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렇다는 거야. 그래도 이상해서 손을 한번 내밀어 보라고 했더니 털이 숭숭나고, 거칠거칠한 거야. 그래서 또, 손이 왜 이러냐고 했더니 베를 매느라고 풀을 만져서 꺼칠다고 그래.
아이들은 진짜 엄마가 왔나부다 하고 문을 열어줬어. 호랑이는 방안에 들어오더니 애기 젖 줘야겠다며 애기를 데리고 웃목으로 가. 그러고는 오독오독 소리를 내며 잡아먹었지 뭐야.
그 소리를 듣고 오빠가 호랑이한테 뭐 드시냐고 했더니 부잣집에서 콩 볶아준 거 먹는다는 거야. 그래 아들이 달라고 하니까 호랑이가 애기 손가락 하나를 휙 던져줬어. 오누이는 동생 손가락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지. 엄마가 아닌 걸 알고 얼른 도망갈 궁리를 했어.
“엄마, 똥 매려워.”
“방에서 눠라.”
“방에서 누면 구린내가 나서 안 돼요.”
“그럼, 토방에다 눠라.”
“토방에다 누면 밟아서 안 돼요.”
“그럼, 뒷간에다 눠라.”
그래서 오누이는 얼른 나와서 우물가에 있는 높은 소나무 위에 올라갔어.

한참이 지나도 오누이가 돌아오지 않으니까 호랑이가 어땠겠어?
그치? 찾아 나섰겠지?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봐도 없어. 그러다보니까 호랑이가 목이 마르지 뭐야. 물을 좀 마시려고 우물에 왔더니 아 글쎄, 우물 안에 오누이가 있지 뭐야?
호랑이는,
“애들아, 거기서 뭐하니? 얼른 나와.”
“아니, 애들이 불러도 대답이 없어. 얼른 나오라니까.”
우물에다 대고 오누이를 계속 불러도 대답할 리가 있나. 근데 그 꼴을 보고 있던 동생이 얼마나 우스워. 그래서 웃고 말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호랑이가 나무 위를 보게 된 거야.
“애들아, 너희 나무 위에 어떻게 올라갔니?”
그랬더니 오빠가,
“부엌에서 참기름을 손에 바르고 올라왔지.” 그래.
그랬더니 호랑이는 얼른 부엌에 가서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를 기어올랐어. 그런데 어떻게 됐을 거 같아? 그치. 자꾸 미끄러졌겠지? 참기름이 얼마나 미끄러워. 올라가다가 쿵, 올라가다가 쿵.
이걸 보던 동생이 너무 우스워서,
“에이 바보, 도끼로 나무를 꽝꽝 찍어다가 밟고 올라와야지.”
그랬더니 호랑이는 도끼를 가져와서 나무를 꽝꽝 찍어서 성큼성큼 올라오지 뭐야.
놀란 오누이는 하늘에다 대고 빌었어.
“하느님, 하느님, 저희를 살리시려면 새 동아줄을 주시고, 저희를 죽이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주세요.”
그랬더니 하늘에서 새 동아줄이 내려와서 하늘로 올라가게 됐지.
이걸 본 호랑이가 가만히 있었겠어? 호랑이도 하늘에 대고 빌었지. 그랬더니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서 호랑이는 올라가다가 동아줄이 툭 하고 끊어지는 바람에 떨어져서 죽었지 뭐야. 근데, 호랑이가 떨어진 곳이 수수밭이었어. 그래서 지금도 수숫대에 붉은 줄이 가 있는 게 그 때 떨어진 호랑이의 피래. 한번 잘 살펴봐.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어떻게 됐냐구? 하느님이 오누이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오빠는 하늘의 해가 되게 하고, 동생은 달이 되게 해줬지.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해와 달이 바로 그 오누이잖아.

2) 불교와 달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우리 고유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불교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왔다. 하나의 종교가 들어온다는 것은 우주관, 인간관, 삶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총체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러한 새로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리려고 노력했을까? 이야기야말로 불교식으로 말하면 대중을 교화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 유명한 고승들이 그 지방의 수호신인 용신과 싸워서 굴복시키고, 불교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전통문화와의 교류와 상호교섭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야기는 그 자체가 실제 사실은 아니겠지만 그 당시 사람들의 정서와 분위기를 역사 기록보다 더 잘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토끼가 달에 살게 된 사연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를 보면 달에 토끼가 그려진 그림이 있다. 이것으로 보아 고유 신앙에서 토끼가 달에 사는 이유를 말하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인데 지금은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데 불교가 들어오면서 달에 토끼가 사는 이유가 제석천에게 희생과 헌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바뀌게 된다.
이 이야기는 민중에 대한 몰가치적인 헌신이나 인간의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부정을 담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시 바꾸고 싶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원문에 충실한 채 입말로 바꾸어 실었다.

<토끼가 달에 살게 된 사연>

옛날 옛적에 산 속에 토끼와 여우와 원숭이가 함께 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마음을 맞춰서 우리 불교를 한번 공부해보자고 했어. 불도를 깊게 닦아보자고 굳게 약속하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계속 불도를 닦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걸 보고 하늘에 있는 제석천(하느님)이 쟤들이 얼마나 깊이 불도를 닦았나, 공부가 얼마나 되었나 알려고 내려와 봤어. 제석천이 오니까 얘들이 얼마나 반가웠겠어. 전부다 와서 절도 하고, 인사도 하고 야단도 아닌데, 제석천이 어떻게 하나 볼려고 “내가 배가 고프거든.” 이렇게 얘기를 했어. 그랬더니 전부다 먹을 걸 구해오겠다고 갔는데, 조금 있다가 여우는 물고기를 잡아왔어. 그리고 제석천한테 드시라고 하고, 좀 있다 보니까 원숭이가 오는데, 도토리를 들고 오거든. 그걸 드시라고 가지고 온 거지.
그런데 한참 있어도 토끼가 안 와.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강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했더니 살생을 해야 되고, 도토리를 가져오자니 새싹이 나야되는데 내가 가져오자니 그렇고, 할 수 없이 마른 나무 몇 개를 주워가지고 왔어. 여우와 원숭이가 놀렸지. 넌 이게 먹을 거냐? 이러니까 그걸 가지고 불을 피우더니 제가 다른 건 드릴 게 없고, 제 몸을 드릴 테니 익으면 드시라고. 그리고는 불 속으로 뛰어들었어. 그걸 보고 제석천이 토끼의 불심이 제일이다 하며, 토끼를 달에 올려놓았지. 모든 중생들이 토끼를 우러러 보게 하려고 말야.


3) 민중들이 생각한 달 이야기

달에 대한 신화적인 생각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금강산의 경치를 설명하기 위해 달에 사는 토끼를 데려오는 것이나 방귀시합으로 절구를 달에 보내는 것 같이 재미있는 요소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조선 후기 민중의 힘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었을 때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금강산 구경 온 토끼>

금강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은 잘 알지? 노래도 있잖아.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그런데 이 소문이 하늘나라에까지 퍼졌대.
그래서 더운 날이면 선녀들이 금강산 상팔담에 내려와서 목욕도 하고, 화장도 하곤 했대. 그러니 소문은 더욱 퍼졌겠지. 거기다가 하늘나라에 선녀와 자식을 만나러 올라간 나무꾼이 있잖아. 그 사람이 하늘나라보다 금강산이 좋다고 식구들 다 데리고 내려온 다음에는 더욱 유명해졌어. 하늘나라 사람 모두가 금강산 구경하는 것이 소원이 될 정도였다니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안달이 난 것이 누군가 하면 달나라에서 방아 찧는 토끼였어. 원래 토끼가 성미가 급하잖아. 얼마나 금강산에 가고 싶은지, 절구를 쿵쿵 찧을 때마다 금강산 생각하느라고 자기 발등을 찧을 뻔 했다니까.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었어. 그래 용기를 내서 옥황상제한테 청했지. 제발 휴가 좀 달라 이거지.
얼마나 간절했던지, 그렇게 깐깐한 옥황상제도 허락을 해 줬네. 근데 이 토끼가 방아를 찧어야 하니까 보름달이 되기 전에 꼭 돌아오라고 했어. 안 그러면 큰 벌을 내린다고. 그 때가 그믐이니까 보름달이 되려면 넉넉히 보름이나 구경할 수 있었거든. 단 하루도 아니고 보름이나 허락을 받은 토끼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어.
다음 날 먼동이 트기도 전에 쏜살같이 금강산에 내려왔지.
금강산은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이 경치가 다른데 그 가운데 산과 바위가 볼만한 곳은 외금강이라. 그래 외금강으로 갔지.
외금강 입구에 와서 세존봉 줄기를 타고 한참을 올라서 금강문에 도착했어. 아, 그런데 그렇게 방정맞은 토끼가 갑자기 늘어붙은 것처럼 꼼짝을 못해. 금강산 경치에 넋이 나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거지.
천화대가 저 앞에 서 있는데 꽃송이가 수 만개나 피어있는 것 같았대. 옥류동 폭포가 흘러내리는데 구슬이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 같고, 비단천을 걸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봉황폭포하고 비봉폭포는 봉황이 춤을 추며 날아가는 것 같이 아름다웠어. 토끼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만 헤벌리고 있는 거지 뭐. 조금 익숙해지니까 평소 토끼 모습이 됐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금강산 구석구석을 구경했어. 그러니 뭐 배고픈 걸 알겠어, 시간가는 걸 알겠어. 날짜가 가는 것도 잊어 버리고 넋이 나간 채 잘도 구경을 했지.
그런데 문득 보니까 저 멀리 동해 바다 수평선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는 거야.
그제사 “아차!” 싶었지. 하지만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인걸. 갑자기 하늘이 붉게 물들었어. 그러더니 구름이 흔들흔들, 바닷물은 출렁출렁, 땅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거야. 그리고 하느님의 성난 목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렸어. 어찌 지엄한 하늘나라 법을 어기느냐고. 너는 이제 그 벌로 거북이가 되어야 한다고.
조금 있으니까 토끼 몸뚱이는 서서히 거북이로 변해갔어. 그 부드럽던 등짝이 갈라지면서 딱딱한 등판이 되고 발과 가슴도 거북이처럼 되는 거야. 그런데 이놈의 토끼 좀 봐. 자기 몸이 바위로 변해 가는데 슬퍼하기는커녕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네. 왜냐고? 달나라에서 절구를 찧는 것보다 아름다운 금강산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맘에 들었던 거지. 몸은 차디찬 거북바위로 변해 가는데 얼굴은 여전히 토끼인 채 입이 벌어진 그대로 점점 굳어갔대. 지금도 세존봉 중턱에 가면 그 바위를 볼 수 있대.
그런데 지금 달나라에 있는 토끼는 누구냐고? 아마 그 토끼 동생인가 보지.

<절구가 왜 달에 올라갔을까>

옛날 어느 마을에 방귀를 아주 잘 뀌는 남자가 있었어. 어느 날 남자는 건넛마을에 방귀를 잘 뀌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흥, 누가 더 잘 뀌나 내기해 보자."
다음 날 방귀쟁이 남자는 건넛마을로 여자를 찾아갔지.
"이리 오너라."
방귀쟁이 남자가 점잖은 소리로 말했어. 조금 있으니까 조그마한 여자 아이가 사립문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어. 그러더니 어머니는 밭에 가고 안 계신다고 말하고는 부엌으로 쏙 들어가 버려.
남자는 "어허, 저런 버르장머리. 어디 혼 좀 나 봐라."하고는 부엌으로 쫒아가 딸아이한테 "뿌우웅"하고 방귀를 뀌었어. 어찌나 방귀가 세던지 딸아이는 방귀에 밀려 아궁이로 쏙 들어가더니, 금방 굴뚝으로 빠져나와. 마침 방귀쟁이 여자가 집으로 돌아오다 이 모습을 봤지 뭐야.
딸아이한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딸이 훌쩍이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줬어.
"아니, 이런 못된 놈. 어디 두고 봐라."
방귀쟁이 여자는 화가 나서 방귀쟁이 남자한테 "뿌우웅"하고 방귀를 뀌었어. 그랬더니 옆에 있던 절구통이 휘익 날아가 남자 앞에 쿵 떨어졌거든. 남자도 화가 나 "뿌우웅" 방귀를 뀌자 이번에는 절구통이 여자 앞에 쿵 떨어졌어. 이렇게 "뿌웅, 뿡뿡" 주거니 받거니 방귀를 뀌는 통에 절구통은 두 사람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 했어.
"휘이잉, 휘이잉"
한나절을 그렇게 싸웠더니 둘이 힘이 빠졌어.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 "뿌우웅"하고 방귀를 꿨어. 그런데 이를 어째. 두 사람이 똑같이 방귀를 뀌는 바람에 절구통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더니 내려올 생각을 안 해. 그렇게 올라가더니 달에 가 떨어졌지 뭐야.
그 때 달에는 토끼가 살잖아. 혼자서 심심했는데, 절구가 뚝 떨어지니까 그 때부터 그 절구를 가지고 떡방아를 찧고 살았다는 거야.
4) 다른 나라의 달 이야기

다른 나라에도 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데, 에스키모 전설 중에 달의 위상변화를 잘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위상변화를 어느 정도 관찰하고 왜 그럴까 의문을 가질 때 들려주면 좋다. 그래서 연구소 소장님이 기본 이야기를 살리면서도 우리 문화에 맞게 바꾸어서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여기 실은 것은 그 이야기를 살려 입말로 바꾸어 본 것이다. 이 이야기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에 좋은 것이 있다면 우리 나라 이야기를 먼저 한 다음에 우리의 정서와 분위기에 맞게 바꾸어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옛날 옛적에 한 바닷가에 오빠와 여동생이 살았거든. 그런데 이 오빠는 보통 심술쟁이가 아냐. 동생이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고 있으면 재를 뿌리고 도망가고, 동생이 물동이를 이고 오면 돌맹이를 던져 깨버리는 거야. 오빠라는 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맨날 괴롭히기만 하니까 이 동생이 어땠겠어?
하루는 도저히 못살겠다고 저 멀리 도망가야지 하고 바닷가로 달려갔지. 그랬더니 거기에 하늘로 올라가는 기다란 사다리가 있는 거야. 여동생은 얼른 사다리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서 해가 되었지.
오빠는 오늘은 뭘로 약을 올릴까하고 동생을 찾고 있는데 글쎄 바닷가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동생이 보이잖아. 아니 저게 뭐야? 오빠가 궁금해서 얼른 쫓아올라갔지. 동생이 올라가서 먼저 해가 되었으니까 오빠가 달이 될 수밖에. 달이 되어서 동생을 막 쫓아갔지. 그런데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어. 그래 하도 쫓아갔더니 힘이 빠지고 배도 고파서 거의 다 죽어가게 되었어. 동생이 그걸 보니까 불쌍하잖아. 그래도 오빤데. 그래서 다 죽어가는 오빠한테 떡 하나를 줘서 살려놨어. 그랬더니 오빠가 좀 살아나. 또 떡 하나를 주고 계속 먹을 것을 줬더니 살아나는 거야. 15일이 지나니까 살이 통통해지고 힘이 나는 거야. 그러니까 또 동생을 괴롭히겠다고 따라오네. 동생이 이제는 먹을 것을 안 주고 열심히 도망을 치기 시작해. 그러다가 다 따라올만하면 힘이 빠져서 죽고 마네. 그럼 동생은 또 불쌍해서 살려주고 오빠가 다 살아나면 또 도망가고. 이러기를 아직도 하늘에서 하고 있는 거야.

두꺼비가 달에 살게 된 이야기는 동이족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도 구전되는 것으로 보아 중국과 우리가 서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란 생각이 든다.

<두꺼비가 달에 살게 된 사연 - 항아 이야기>

옛날 옛적에 하늘에 해가 10개 있었거든. 10형제였는데, 장난을 너무 심하게 쳐서 다 죽고 하나만 남게 되었대.
무슨 일이냐면 원래 이 해 형제가 10명이었는데, 어머니가 항상 하루에 한 명씩만 하늘나라 수레를 태워서 세상에 내보냈거든. 그래서 세상에는 해가 하나씩만 나타났었는데, 하루는 이 형제들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니까 너무 심심하거든. 그래서 그 날은 10명의 해가 다 세상에 나와 버린 거야.
그랬더니 어떻게 됐겠어. 강은 마르고, 논바닥은 갈라지니까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가 있나, 물을 먹을 수가 있나 이제 다 죽게 됐거든. 그래 땅에 사는 사람들이 원망을 하고 하늘에 알리고 야단이 났지. 그래서 하느님이 알게 된 거야.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그 장난이 보통 심한 게 아니니까 불호령을 쳤지. 당장 들어오라고, 그래도 이게 말을 안 듣지. 그래서 할 수 없이 하느님은 활을 아주 잘 쏘는 예를 불렀어. 그리고는 당장 해를 다 떨어뜨리라고.
그래서 예는 아내 항아와 함께 땅으로 내려왔지. 그래서 하느님한테 받은 활로 해를 차례로 쏘아 떨어뜨렸지. 해 아홉이 땅에 떨어지는 걸 보니까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떨어지고 있더래. 그래 해 아홉을 다 떨어뜨리고 생각해보니까 해가 하나는 있어야겠거든. 원래 세상에 해가 하나가 있었잖아. 그래서 예는 해 하나는 살려놓고, 하늘로 돌아갔지.
그런데, 하느님이 예를 보낼 땐 언제고 이제는 화를 내내. 자기 아들 아홉을 한꺼번에 잃게 되었다고 말야. 그래서 예를 땅으로 추방을 시켜버렸어.
할 수 없이 항아와 땅으로 내려와 사람으로 살게 되었는데, 살기가 참 힘들거든. 몇 년을 그렇게 살다가 예가 안 되겠던지, 불사의 약을 구해오겠다고 여행을 가. 계속 서쪽으로 가다가 서왕모를 만나게 됐어.
서왕모는 예가 올 것을 알고 있었거든. 좋은 일 하다가 벌을 받고 있는 걸 알고 있잖아. 그래서 예한테 불사의 약 두 알을 줘. 예는 기뻐서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지.
집에 왔더니 항아가 안 보이는 거야. 잠시 일을 나갔나 봐. 그래서 예는 언제 이 약을 먹으면 좋을지 동네 어른한테 물어보려고 항아한테 쪽지를 남기고 나갔어.
예가 나가고 금방 항아가 왔어. 보니까 탁자 위에 금빛 실로 짠 주머니와 편지가 있거든. 편지를 읽고 얼른 약을 먹고 싶었지만 예를 기다리기로 했어.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을 기다려도 안 와. 그래 닷새째 되는 날, 더 기다리지를 못하고, 주머니를 열고 말았어. 한 알만 먹었어야 하는데 욕심이 생겨서 두 알을 다 먹었어. 그랬더니 항아의 몸이 붕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거야. 항아는 그동안 자기가 벌을 받고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 우선 달에 가서 남편을 기다리기로 했어. 그런데 달에 갔더니 있는 거라고는 도끼로 찍어도 넘어지지 않고 상처가 아무는 계수나무 한 그루와 불사의 약을 찧고 있는 토끼 한 마리가 전부야.
이제나 저제나 남편을 기다리던 항아는 점점 지치고,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으로 항아의 몸이 점점 쪼그라들게 되었어. 계속 쪼그라들더니 등이 울퉁불퉁한 두꺼비가 되고 말았어. 그때부터 달에 두꺼비가 같이 살게 되었다는 거야.


2. 달 보기와 이야기

실제 달을 보며 이야기를 할 때는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해야 되는 건 아니다. 아이들과는 한두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한달을 보낼 수도 있고, 그 상황에 맞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1) 달에 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때

아이들과 달을 관찰하기 전에 또는 관찰하기 시작할 때는 달에 대한 전체적인 상을 잡을 수 있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좋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2) 보름일 때

이 때는 보름달에 살고 있는 토끼를 찾아보고, 토끼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토끼가 달에 살게 된 사연>
<절구가 왜 달에 올라갔을까>
<두꺼비가 사는 이유>

3) 일식이나 월식일 때

<까막나라 하늘개(삽살개) 이야기>

<까막나라 하늘개(삽살개) 이야기>

옛날 옛적에 까막 나라라고 있었어. 까막 나라에는 빛이 전혀 없어서 백성들이 몹시 답답했지. 까막 나라 임금이 보니까 안 되겠거든. 그래서 하늘개를 환한 나라에 보내서 빛의 원천인 해를 물어오게 했어. 하늘개는 환한 나라에 가서 해를 한입에 덥석 물었는데, 해가 너무 뜨거워서 그만 도로 뱉어 버리고 말았네.
해 훔치기를 실패한 까막 나라 임금은 다시 하늘개를 보내 이번에는 달을 물어 오도록 했어. 하늘개는 다시 환한 나라에 가서 달을 한입에 덥석 물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차가워서 도로 뱉어 버렸지 뭐야. 까막 나라 임금은 아직도 해와 달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가끔 하늘개를 시켜 해와 달을 물어 오게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아.
환한 나라 사람들은 하늘개가 왔다가는 걸 금방 알아차려. 왜냐하면 하늘개가 해를 물어버리면 환한 나라가 금방 어두워지고, 달을 물어버리면 둥그런 보름달이 안 보이니까 금방 알아차리게 되지. 그래서 사람들은 해가 없어지면 하늘개가 물었구나 그래서 일식이라고 하고, 보름달이 안 보이면 월식이구나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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