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도종환의 홈페이지 인사말이다.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시인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 시인이 언어에 봉사하듯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니 시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넘치는 시인이라고 하겠다. 도종환의 말처럼 시인은 언어의 봉사하는 자이며, 언어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존재이다. 시인으로서의 도종환이 사람들과 나누려고 하는 말은 사랑과 연민, 성찰이다. 이는 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백하는 말이다.
이는 도종환의 주관적인 선언이 아니다. 많은 시인과 평론가들,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도종환의 시와 그 사람됨에 대해 이론의 여지없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사인은 도종환론에서 “이 모든 것(도종환의 시)을 일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목숨들 앞에서의 겸허함과 그리고 그 소소한 목숨들의 소중함에 대한 시인의 깊은 깨달음이다.”라고 말했다.
신경림 역시 이러한 평가에 대해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당신」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그것을 잃은 데 대한 깊은 슬픔이 자리 잡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이들 시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열쇠이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러한 것들이 거꾸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도 된다.”
유성호 역시 도종환의 그러한 점을 찬양하고 있다. “사실 그를 여느 시인과 가장 뚜렷이 구별해주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이러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의지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그의 시가 발원하는 곳은 존재하는 이들의 보편적 슬픔이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대안은 이들의 슬픔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보니 도종환의 시 가운데 사랑과 연민, 슬픔이 아니라 격렬한 분노와 저주, 혐오를 드러낸 시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충북민예총 문학위원회 기관지인 『청주문학 겨울호(1996년)』에 실린 「가장 큰 상처」, 「더 미워지기 전에」 라는 시 두 편이다. 이 시는 충북 전교조 운동과 지역운동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도종환의 또 다른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시이다. 그럼에도 이 시편들이 알려지지 않는 것은 그 뒤 출간된 시집인 『부드러운 직선(1998년)』에 실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종환의 인기와 이미지가 사랑과 연민, 슬픔을 바탕을 하기 때문에 분노와 혐오, 저주의 말을 대면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순수와 진정성, 사랑의 이미지를 독점한 사람이 그 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상처를 받을까? 나와 내 주변의 동료들은 20년 전부터 그러한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힘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그가 쓴 시는 비수였고, 다른 사람들의 분노와 적대감을 격렬하게 표출하게 만든 유례없는 선동이었다. 도종환에 의해 괴물이 되었던 나는 이 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20년 전 도종환이 쓴 시에 대한 답변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