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놀이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농민들의 단체놀이를 말한다. 남해안 지역에서 전해지는 강강수월래나 동해안의 월월이청청 등은 억압된 현실속에 묶여있던 부녀자들이 차별 없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맺힌 한을 푸는 신명풀이였다.
남해안 지역이나 동해안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대동놀이를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지역을 포함한 중부권의 독자적인 대동놀이를 찾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가 몇 년간 조사를 펼친 결과 `너리기펀지기'라는 여성대동놀이가 우리지역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지난달 24일, 이원면 지탄리 가린여울에서 기억 한편으로 사라졌던 신명풀이 놀이가 다시 재현됐다.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돌며, 억압된 현실속에서 맺힌 한을 푸는 과정을 찾아가 보았다.
▶`너리기펀지기' 너리기펀지기란 놀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놀이를 이끌어 가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사에는 `너리기펀지기'란 일정한 가락을 가진 후렴구가 있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형식의 놀이로 너리기펀지기가 오직 여성들만으로 구성되는 놀이라는 점에서 남해안 지방의 강강수월래나 동해안 지방의 월월이청청과 비슷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너리기펀지기나 강강수월래, 월월이청청 등은 본래 다른 놀이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본디부터 공유해 온 놀이로 지역적으로 다르게 전승, 발전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어린 시절부터 즐겨했고 30년 전까지도 아이들이 너리기펀지기 놀이를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라고 밝히고 있는 김선이(66) 할머니의 얘기속에서 우리지역에서 너리기펀지기의 역사는 최소한 1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복된 동작에서 새로운 모습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너리기펀지기'를 반복적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느리게 부르던 노래가 차츰 빨라지면서 둥글게 돌던 주민들의 발걸음도 차츰 빨라져 간다. 한참을 돌더니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상대방의 팔과 팔 사이를 파고들자 이어서 양쪽의 사람들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곧이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원은 등을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바뀌어 가게된다. 또 다시 뒷걸음으로 잡고 있던 팔과 팔 사이로 한 사람씩 파고들면 원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반복된 동작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형된 놀이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 너리기펀지기 놀이가 강강수월래나 월월이청청과는 다른 모습이다.
"돌면서 다른 노래도 불렀어. 하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 정영규(68) 할머니의 얘기처럼 과거 우리가 즐겨 불렀고, 놀았던 놀이가 차츰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마을 주민들이 선보인 전통놀이는 너리기펀지기 만은 아니었다.
"쥐 잡아줄게 돌아라. 닭 잡아줄게 돌아라" 흥겨운 가락과 함께 `장닭'이라고 불리는 맨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선 병아리들을 술래인 `매'가 한 명씩 붙잡는 `닭 잡이 놀이'를 할 땐 이미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들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운 웃음을 쏟아냈다. 류영우 기자 2002-03-09 (611 호)